개발자 등 S사 근로자들은 “현대차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현대차 정규직들로부터 직접적으로 지휘·명령을 받고 있다”고 주장하고 있다. 불법파견에 해당하므로 현대차가 자신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얘기다. 이들은 자신들이 정규직이었다면 받았을 임금과 현재 협력업체에서 받는 임금 간 차액도 지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. 파견법은 2년 이상 파견근로자로 근무한 직원은 사업주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.
법조계에선 이번 소송을 계기로 불법파견 소송전이 IT업종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. 현재 대기업 대부분이 현대차처럼 도급계약을 통해 자신들의 특성에 맞는 전산 시스템이나 ERP, HR 시스템 개발과 유지보수 등을 외부 업체에 맡기고 있어서다. 삼성SDS, LG CNS, SK㈜ 등 시스템통합(SI) 계열사를 통해 외부 업체에 업무를 맡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.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‘소프트웨어(SW) 프리랜서의 불법파견 실태와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 방안 토론회’ 자료에 따르면 SW 프리랜서 3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0.6%가 1차 이하 하도급업체 소속이었다. 한 IT개발업체 관계자는 “웬만한 대기업은 전산 시스템을 외주화해 운영 중”이라며 “이번 소송이 IT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”고 전망했다.
대법원은 앞서 지난해 7월엔 포스코에 “광양제철소 협력업체 직원 59명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”고 판결했다. 판결 후 포스코 하도급 근로자 2만여 명이 똑같은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.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는 판결 직후 “지회에 가입된 포스코 하도급 근로자 1만8000여 명이 불법파견 추가 소송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”고 발표하기도 했다. 업계에선 포스코가 모든 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2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.
이들 외에 현대차, 기아, 현대제철, 한국GM 등도 불법파견 소송에 휘말려 2심에서 패소한 뒤 상고심을 진행하고 있다. 원청의 패소 사례가 추가될수록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소송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.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“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이 늘수록 그동안 관련 분쟁이 없던 업종에서도 불법파견 소송 제기가 증가할 것”이라고 설명했다.
민경진/김진성/곽용희 기자 min@hankyung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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